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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계부채의 현상황Economy 2021. 1. 19. 09:02더보기
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한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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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리인하가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줄 것인지, 빚을 내 소비를 하는 성향을 오히려 부추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겠다.
위 내용은 최근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7월 KDI에서 발표한 자료이다. 다시 말하면, 9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가계부채는 어떠한 수준이고 정말 위기인지 알아봐야겠다.
가계부채의 정의
먼저, 가계부채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란 가계 (이 때 가계는 정부와 기업을 제외한 우리와 같은 주체들을 의미한다) 가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돈,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뒤 아직 결제되지 않은 돈, 물건을 할부로 샀을 때 갚아야 할 남은 돈 등을 더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말하며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 보증금 대출이 제외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의 가계신용은 1,682조원이라고 한다. 만일 여기에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 보증금 대출을 포함하면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2,322조원 (2018년 말 12월 기준) 이 된다. 이러한 지표들까지 고려해서 생각할 필요성이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많은 수를 차지하는 개인 사업자 비중과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전세'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각각의 지표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봐야할 것 같다.
1.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구매할 때 내가 구매할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빌릴 수 있는 돈 중에 가장 금리가 낮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실질적인 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대출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은 우리의 주택을 경매에 넘겨 대출금은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의 가계 대출 비중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LTV(Loan to Value : 담보인정비율)라는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금액으로 조절하고 있다. LTV가 40%인 주택은 매매가가 8억원일 경우 최대 대출 금액은 3억 2천만원인 것이다.
2. 신용대출이라는 것은 개인의 신용점수에 따라 담보없이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 사용에 제한 또한 없다. 대신 대출 이자가 주택담보대출 등에 비해 조금 높은 편에 속하며 개인의 신용점수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해외에서는 신용대출이라는 대출 상품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고소득자를 위한 긴급 자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신용등급 (현재는 폐지되어 신용점수를 대신 사용) 을 높게 평가하여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다수에게 신용대출을 해줄 수 있다. 그럼 사람들은 이 신용대출을 받아서 무엇을 할까? 결국 주택 구매, 주식 등에 투자를 한다.
3. 우리나라만의 고유 제도인 전세 제도는 무주택자를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주택자를 위한 투기 수단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매매가 5억원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나는 구매할 집에 들어가 살지 않고 전세 보증금 4억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억원으로 매매가 5억원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만일 시간이 흘러 주택의 매매가가 10억원이 되어 주택을 매매하게 된다면 전세금 4억원을 돌려주고, 나는 1억원이 6억원이 되는 엄청난 레버리지를 누릴 수 있다.
4.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에게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개인 신용 점수나 매출에 따라 자격, 금리, 한도가 달라지며, 대출금을 개인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 구매 등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
커져 가는 가계부채의 위험
위의 모든 대출들은 모두 투자 (투기와 투자의 정의가 헷갈리는 요즘이라...) 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자금들이다. 이러한 대출들을 받을 수 있는 우리들의 가계가 위험하다고 언론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럼 정말 위험할까?
앞서 정부가 발표하는 가계부채는 1682조원이라고 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을 따질 때 많이 활용되는 지표는 GDP 대비 가계부채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2분기 기준) 은 98.6%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인 42개 국가 가운데 7번째로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GDP의 기업 비중이 큰 것을 감안하면 가계부채는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의 2,322조원으로 계산하면 129%라고 한다.
2008년의 금융 위기는 모기지 버블 붕괴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또한 부동산 가격이 증가하고 가계부채가 점점 증가하다가 상환이 어려운 가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버블이 터지는 영향이었다. 그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8%에 육박했던 것을 볼 때 우리나라는 이를 초과하고 있다. 확실히 어떤 통계지표를 보더라도 버블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현재 우리들의 상황이다. 버블 시기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나중에 버블이 터졌을 때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 주변상황을 잘 살펴보고 과도한 레버리지는 피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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